서아프리카 강타한 에볼라
확산 위기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미국 기독교 신도들이 지난 주
귀국하면서 미국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선교사들을 파견했던 SIM USA(미국 선교봉사 기관)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나라가 정한 검역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에서 간호사로 의료선교활동을 하다가 에볼라에 감염된 낸시 라이트볼(59)는 귀국한 신도들의
동료로 알려졌다. 라이트볼은 감염된 후, 미국정부가 보낸 특별기 편으로 송환돼 지난 5일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대 병원에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귀국한 다른 선교사들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인 21일 동안
별도의 공간에 격리된다.
라이트볼 선교사의 남편인 데이빗 라이트볼은 SIM선교회 브루스 존슨 회장과의 통화에서 “정말 어려운
상황들을 겪었지만 지금은 하나님의 평안과 위로가 함께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특히나 40년간을 함께 해 온 배우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지만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모든 상황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도 봉사할 곳이 많다...
왜 굳이 위험을 알면서 아프리카까지 가야하나”라는 일부 비난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위험에 내모는
이러한 어리석은 행동이 우리 주님께서 인간에게 행하신 위대한 일과 같다. 우리 주님께서 그러한 일을 하셨기에
우리 역시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주님의 길을 따라가서 그 분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베리아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또 다른 의료선교사 브랜틀리는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직접 편지로
소식을 전했다. “양성 반응이 나왔던 그 순간 내가 느꼈던 매우 깊은 평안함을 아직 기억한다. 그것은 모든 이해를
넘어선 것이었다. 내가 지금도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신실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서아프리카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 방치된 사망자 시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18일에는 수도 몬로비아 교외에 위치한 에볼라 치료소에 무장괴한들이 침입해 물건들을 약탈해 갔고,
그 사이 에볼라 환자 17명이 집단 탈출했다. 탈출한 환자들이 외부와 접촉할 경우 에볼라 전염될 우려가 있고,
약탈해간 물건 중에도 환자의 혈액이 오염된 담요와 매트리스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전염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온 국가는 기니,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그리고 시에라리온
4개 나라이다. 15일 기준으로 나온 세계보건기구 (WHO)의 자료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모두 2,127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145명으로 집계됐다. 라이베리아가 413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니에서
380명, 시에라리온에서 348명, 나이지리아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시험단계인 에볼라 치료제 ‘지맵’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서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 의료진 2명과 스페인 선교사가 투여를 받았는데, 미국인 감염자들은
병세가 호전됐지만 스페인 환자는 숨졌다. 현재 아프리카인의 의사 3명이 지맵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