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장소 승인취소에도 ‘퀴어문화 축제’ 강행
서대문구청이 신촌 차 없는 거리(2호선 신촌역-연세대)에서 7일 낮 12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동성애자들의 ‘퀴어문화 축제’의 퍼레이드 장소 승인을 취소하였지만, 행사 주최 측은 축제의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시작해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퀴어문화 축제’에는 국내외 동성애자들 1만여 명이 모여
국내 최대 규모의 ‘성(性) 페스티벌’을 즐긴다. 6월 3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지는 행사는 기념 파티와
트랜스젠더 건강강좌 (3일), 콘돔카페 (5일), 퍼레이드와 애프터 파티 ‘하악하악’(7일), 성소수자의 공적 공간
사용 불허에 대한 토론회 ‘물의인가, 무리인가’ (11일), 한국 LGBTI(성소수자)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14일), 퀴어영화제 (12-15일)등의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축제 조직위는 올해 축제의 컨셉트를
‘아시아 프라이드 인 서울’로 정해 아시아 각국이 성소수자 간 교류와 연대를 강조했다고 알렸으며,
슬로건으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를 내세웠다.
국내 처음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이 참여하며, 기업으로는 구글코리아 직원들 일부가 행렬에 동참한다.
구글은 지난 2월 소치올림픽 개막 당일 로고 두들(Doodle)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로 바꾸고
러시아 반(反)동성애 법안을 규탄하는데 지지를 나타냈으며 성소수자 친화기업으로 유명하다.
주요행사인 퀴어 퍼레이드는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연세로에서 출발해 신촌 주변을 돌고 다시 연세로로
돌아오는 코스로 2km에 이른다.
3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퀴어문화 축제 장소 사용허가를 취소한 서대문구청을
비판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독교 세력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제기된 반대민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핑계로 삼았다며 3당 위원회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날 참석한 정의당 정호진 서울시당 위원장은
“대한민국 500만 국민은 모두 다르다. 서대문구청은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15년간 쌓아온
퀴어문화축제의 역사를 모독하고 세월호 참사를 방패막이 삼는 것은 반인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29일 대구 중심지인 2.28기념공원에서도 퀴어축제가 열릴 예정이어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종교·보수단체들은
행사 저지에 계속 나서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참가인원이 늘어 올해가 가장 크게 기획됐다.
행사를 반대하는 보수 측은 5월 초 28개 단체로 동성애 대책위를 구성하고 행사취소를 위한 서명운동과
전단지 배포, 세미나 개최 등을 진행했다. 동성애 대책위는 “에이즈 감염자 중 57%가 동성애자라는 통계가 있고
시민사회 대다수가 동성애에 반대한다. 예민한 청소년이 모방할 우려도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해
대다수 시민의 인권이 역차별 받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대구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지난 3월말 시설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지만,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받아내 공원 사용을 재허가 받았다.
이에 맞서 지난달 29-31일에는 동성애 회복자 모임인 홀리라이프(이요나 목사) 주최로 서울 신촌역 일대에서
‘홀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사단법인 홀리라이프는 40년간 동성애자로 살다가 ‘탈동성애 운동가’로 돌아온
이요나 목사 중심으로 세워졌으며 기독교 복음을 바탕으로 치유상담, 사랑과 봉사를 지향하는 단체이다.
인권문제라는 명분으로 동성애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잘못된 성 풍조를 조장하는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출범했다.
홀리라이프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타락 성문화의 실태와 건전 성문화 활성화 방안과 대책’등을
주제로 한 ‘홀리라이프 청년포럼’을 갖고, 30일 신촌·홍대·이태원 일대에서는 동성애 문화를 반대하는
홀리라이프 캠패인, 31일 신촌아름다운교회(담임 이규 목사)에서 홀리라이프 창립대회 및 ‘홀리 페스티벌:
거룩한 삶이 축제’ 출범식과 콘서트가 진행됐다.